수술직후
수술이 끝난건 한순간이었다. 예비신부가 옆에서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헛소린 안했나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몸이 누가 때린것처럼 아프고(아니 허리수술인데 아직도 이해가 안감)
진통제인지 뭔지 암튼 뭔가 링거에 꼽혀있었다. 가장 신기한건 피주머니를 차고 있었다.(피고임 방지용이라고 한다)
6년전 이맘쯤에 빙판에 넘어져 다리골절로 수술을 하신 어머니께서 아프시다고 마약성 진통제를 자꾸 누르시는 모습을 보며 놀렸던 나자신에 대한 업보인가 겁나게 아팠다.(엄살일수도 있다. 난 사실 엄살이 굉장히 심하다)
아파서 수술 당일은 거의 기억이 없다. 크게 3가지 기억난다.
1. 예비신부가 이정도는 간단한 수술이니 엄살부리지마 깔깔
2. 밥을 줬는데 시간이 9시쯤이여서 그런지 다 식은 죽을 약먹으려고 억지로 두숟갈 떠서 억지로 먹었다(나중에 알고보니 데워달라고 하면 데워주시는것 같았다 나름 꿀팁?)
3. 수술이 너무 아파서 예비신부한테 제왕절개할꺼면 애기낳지 말라고 함(예비신부 어이없어함 ㅋㅋㅋㅋ)
진통제를 너무 쓰면 안좋을 줄 알았는데 참지 말라고 한다. 뭐라고 말해줬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다. 아무튼 수술하고 아프면 당당하게 아프다고 하자(엄살쟁이가 아니다)
수술끝나고 3시간 후
수술하고 3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갓난애기마냥 몸을 옆으로 돌린 상태로 누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복대를 착용하고 소변을 보러 기어나갈 수 있었다.(이때 당시에는 복대가 없으면 못일어났다)
링거폴대에 의지하며 살살 걷고 있는 내 모습이 나이드신 분들께서 보행 보조기를 쓰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갑자기 이해가 됐다
그리고 놀랍게도 쩔뚝거리던게 급격히 좋아졌다.(정상이 100%면 한 30%?) 그리고 엄지발가락만 마비증상이 있고 나머지는 정상감각으로 돌아왔다.(현대 의학 만세!)
수술 1일차
수술 1일차 고개가 숙여지지 않는다(아파서) 좌식으로 앉을수가 없어서 혼자 침대를 최대한 올려서 서서 먹었다. 밥맛도 없고 불편한 자세로 밥을 먹다보니 밥을 1/3도 못먹었다. 평소에 간식을 먹지 않는데 달달한게 계속 생각나서 병원 1층 매장에서 과자를 자주 사먹었다.
예비신부가 면회오면서 반찬을 줬다.(먹을 당시에는 별로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거 덕분에 그래도 밥 좀더 먹고 빨리 회복한거 같았다. 사랑합니다)
수술 2일차
수술 2일차에 피주머니를 뺐다. 굉장히 뭐랄까 음.. 코에서 부드러운 왕코딱지가 빠지는 느낌인데 그게 척추에서 느껴진다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의사선생님께서 수술 전 후 MRI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설명해주셨다. 잘됐다고 한다. 주변에 물어보니 짱깔끔한거라고 한다.
친구가 면회왔다. 되게 고마웠지만 징그럽게 감격하진 않았다. 짜식아 안보겠지만 진짜 고마웠다. 안와도 됐는데 덕분에 덜아팠던 기분
너도 곧 클라이밍 때문에 허리 망가질텐데 여기서 하라는 둥 서로 더 못생겨졌다는 둥 친한 친구들만이 할 수 있는 덕담을 나눴다.
수술 3일차
수술 3일차 예비신부가 와서 텀블러에 스벅음료를 담아줬다. 행복~ 약간 사식받는 기분 센스있는 예비신부 달달한거 하나 아메리카노 하나 줬다.(아껴먹었다 행복했다)
좀 살만해 보였는지 병동에 같이 계신 할아버지께서 곶감이랑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나는 드릴게 없어서 당황하다 회사 실장님이 주신 간식을 조금 나눠드렸다. 마음씨가 따뜻하신 분이다
수술 4일차
수술 4일차 염증수치가 조금 올라가서 항생제 맞고 주말(5, 6일차)은 그냥 병원에서 휴식하기로 했다.
CRP 수치가 전에는 0.95였는데 2.5로 올랐다나? 아무튼 염증수치도 안좋고 주말에 간병해달라고 하기도 그래서 그냥 주말내내 푹 쉬었다.
퇴원
수술 7일차에 퇴원했다!
3줄 요약
1. 수술직후는 죽을만큼 아프다(내기준) 그래도 2일차부터는 견딜만했다
2. 이것저것 챙겨준 예비신부 감사합니다
3. 수술이 잘된거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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