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이라는게 참 그렇다. 나는 담당자 1일 뿐이지만, 내 일을 똑바로 하지 않으면 배임이다. 난 그런 건 싫다. 근데 막상 예전에 내가 담당하지도 않았던 일을 확인해야하고, 전임자가 잘못한 일을 발견하고, 심지어 그들의 잘못이 있을 때 지금 담당자는 나라는 이유로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그런 날이 있다. 늘 가던 길인데 그날 따라 버스를 잘못 타서 한 참 뺑 돌아서 출근하는 길, 아 왠지 오늘은 일진이 별로일 것 같은데 하는 날. 꼭 그런 날은 일이 터진다.
벌써 7~8년도 더 된 얘기를, 명확히 잘못한 건지 아닌지도 증명하지 못하면서 너네가 잘못했으니 책임져라는 식의 대화에 응대해야할 때. 그게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든 닥치게 되는 일인 것 같다. 부서 간 사일로 현상일 수도 있고, 외부 클라이언트 대응 하다가 일 수도 있고.
근데 당시 담당자가 실수한 게 맞는 상황일 것 같을 때가 제일 애매하다. 이제와서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과를 해야하는 현재 담당자만 있을 뿐이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답답하고, 지친다.
꼭 이런 날은 이런 사건이 한 개가 아니다. 사건은 항상 한꺼번에 터진다.
그럴 때 치료법은 퇴근하고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거다. 술꾼도시여자들2를 보면, 산 속에서 나와서 속세로 첫 출근한 주인공들이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서 한 잔 적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날 밖에서 마시면 취해서 답도 없으니, 이럴 땐 집에서 가족들과 마시는게 최고다.
안주는 만두와 일명 김밥천국 우동국물, 우동다시 국물이다. 만두는 그냥 군만두만 하면 심심하니까, 마늘과 아스파라거스, 매콤하게 청양고추도 같이 넣어준다.
군만두 맛있게 하는 법은 마늘기름을 내고 나머지를 다 투하 한 다음 물을 조금 넣고 뚜껑을 덮어서 속을 익힌 다음(간간히 후라이펜을 흔들어서 눌러붙지 않기 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 익었다 깇을 때 고추를 넣어서 매콤한 향을 입힌다), 마지막으로 기름에 겉면을 바싹하게 구워야 한다.
우동다시는 국그릇으로 한 숟가락이면 충분하다. 후리가게도 넣어줘야 예쁘다. 후추 톡톡 뿌리고, 물은 그냥 전기포트로 끓여서 간단하게 준비한다.
오늘도 고생했다. 생각보다 잠을 자고 나면, 밤에 엄청 고민이었던 일들이 다음날 뭘 고민했냐는 듯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곤한다. 그래도 오늘 힘들었다고 티내면서 힘듬에 적셔지고 싶으니 한 잔 기울이겠다. 고된 일은 털어버리고, 자고 일어나면 멀쩡해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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