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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review] 제목에 끌리는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by 퇴근길에 삼남매가 알려드림 2023. 6. 8.

헤르만 헤세가 쓴 에세이 모음집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고.


책 소개

헤르만 헤세가 쓴 에세이 모음집인 삶을 견디는 기쁨은 제목 때문에 자꾸 손이 가게 된다. 독일 원제는 Das Leben bestehen으로 영어로 번역하면 persist in life이다. 영어로는 My belif : Essays on life and art이다. 독어판은 삶의 지속성, 삶의 인내 등등으로 해석될 수 있겠고 영어판은 "나의 믿음 :  삶과 예술에 대한 에세이들 "이니 한글판 제목이 얼마나 시적이고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 옮긴이의 말에도 "헤세는 '삶을 견디는'이라고 이 책에 제목을 붙였지만"이라고 표현된 걸 보면 독일어에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 부제는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일단 한국 출판사 (문예춘추사) 편집팀과  번역하신 유혜자 님이 멋지다는 국뽕으로 오늘 글을 시작해 보겠다.

 

삶을 견디는 기쁨 한글판 표지
삶을 견디는 기쁨 한글판 표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이 에세이는 예전에 읽다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잊어버린 채 제목에 홀려서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되었다.

총 3 부 중에서 일단 1부에 대한 단상을 먼저 적어본다. 이건 독서 에세이나 서평이라기엔 많이 부족한 글이다. 앞서 말한 대로 에세이에 나오는 짧은 문장에 자극받아서 튀어나온 잡다한 생각들을 정도이다. 이렇게 짧게 쓰다 보면 언젠가 마구잡이로 뻗어나가는 생각 중에 큰 갈래를 잡아 완성도 높은 에세이를 짧은 시간에 쓸 수 있게 되길 기대하며, 일단은 짧은 단상들을 용기 내어 공유해 본다.

이제는 나아져서 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가 우울증으로 고생했다는 걸 인정하고 이야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삶을 견디는 기쁨을 처음 읽게 된 건 우울증에 한참 고생하던 시기이다. 이 시기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들은 지워버린 문장들을 다시 다듬고 준비가 되면 이야기해 보겠다. 어쨌든 당시 내 책장에는 우울증 남자의 30시간, 마음 챙김으로 우울을 지나는 법, 우울증을 이겨낸 사람들, 작고 귀여운 나의 행복,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루틴의 힘 등등이 있었다.  당시 내가 자금 우울증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이겨내는지, 이 순간을 잘 보낼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여러 기대와 고민을 하면서 책을 골랐었다. 일부 책은 완독을 했고 일부는 하지 않았고 몇 장보다 말거나 완독을 해도 의미를 찾지 못한 책도 있었다. 삶을 견디는 기쁨도 그 시기에 고른 책 중 하나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삶을 견디는 기쁨은 제목 그대로 삶을 견딘다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기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던 마음으로 골랐던 것 같다. 특히 부제가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이니, 감정 이입이 잘 되었던 듯싶다. 그래서인지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지금 다시 읽으면서 어렴풋이 떠올랐다. 일부는 그때와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된 게 반갑고 기쁘기도 해 아직 기억이 남아있을 때 한 번쯤 적어보자 싶다.

 

삶을 견디는 기쁨 요약 및 소감

이 책은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2부 조건 없는 행복, 3부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제인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는 2부에 실린 시 제목이다. 삶을 견디는 기쁨이란 제목은 3부에 나오는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반영한 제목으로 보인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느낀 감정의 차이에 글을 써보자고 생각했지만 예전에 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글은 그 당시처럼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부분이 아니라 글 꼬투리를 잡는 것과 비슷하긴 한데, 뭐 이것도 글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책을 열어서 처음 만나는 글은 '작은 기쁨'이란 제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지털디톡스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절제를 통해 진정한 기쁨을 얻고 여유를 가지는 것. 실은 헤세가 말하는 건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마음 챙김 명상 등과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다. 이 부분을 잘 설명하는 부분을 일부 발췌해 보았다.

"적당한 쾌락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삶이 주는 맛을 이중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기쁨을 간과하지 말라는 조언도 꼭 하고 싶다. 결국 내 말의 핵심은 '절제'이다.... 자신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간다는 조급함에 쫓기지 않는 사람이 있다.... 절제된 행동 습관은 사소한 기쁨을 내면에서 맛볼 수 있게 해 주어 쾌락을 만끽하도록 만들어주는 능력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면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소한 일들과 그로 인해 얻은 작은 기쁨들을 하나하나 꿰어 우리의 삶을 엮어 나간다."

처음 책을 접했을 당시 헤르만 헤세가 언급하는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끼는 방법을 시도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다시 생각하려고 하면 아직도 약간 우울해지거나 슬퍼져서 이번에 느꼈던 사소한 즐거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당시 나는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방문한 도시였는데, 이번만큼 여유를 부렸던 적은 없던 것 같다. 물론 나름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긴 했는데 그전에 도시를 방문했을 때는 대학원생으로 연구차 방문한 거라 도시를 걸어 다니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냥 아침에 출근해서 자정에 택시 타고 돌아오는 수준이었다. 이번에 취직하고 방문한 도시는 날도 너무 좋고 따뜻하고 거리도 깨끗해서 그저 편하게 주변을 걸어 다니면서 중간에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봄이라서 연한 연둣빛 잎들을 바라보며 걷는데 감탄사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 도시의 모든 관광 명소들을 가보는 대신 출퇴근 하면서 주변 거리를 조금 더 걷기를 선택한 거였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게 바로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사소한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글을 쓰려면 따로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친 즐거움이나 쾌락 등에 거리를 두었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와 책들이 있으니 말이다. 이런 부분이 아니더라도 여행지에서 모든 것을 하려다가 탈이 나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거나 미술관을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이 방문했을 때 더 이상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일이라든가 하는 일들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여기서 이만 줄이기로 한다.

어쩌다보니 책 제목이 너무 좋아요란 말만 실컷 하고 알맹이가 없는 글이 되었다. 그냥 끝내긴 아쉬우니 제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글들만 언급해보자. 이 책은 에세이와 시가 대부분 번갈아가며 나온다. 부제인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는 두려움 극복하기 라는 글 뒤에 실린 시이다. 두려움 극복하기란 글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전개된다. 이름 없이 '그'라고 표현된 사람은 마흔이다. 창작자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작가가 자신을 타자화 시켜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바다에서 작은 나룻뱀에 몸을 맡기다가 아래를 내려다 본다. 그 이후에 다양한 이야기들은 그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이야기하다 어느새 '나'가 하는 말들이 된다. '그'가 한 선택은 합리화 되는 것 싶다가도 우리 각자에게 있는 생과 사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한 과제는 해결 되기 위한 것이 아닌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이라는 이야기로 이루어 진다. 다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고통은 곧 우리의 삶이 되며, 기쁨이라는 감정과 삶에서 느끼는 고귀한 가치는 오직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는 말로 이어진다. 작가 스스로도 삶에서 고통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립되는 것들 뒤로 물러나 그로 인한 혼돈을 오롯이 받아들' 였고 삶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기뻐할 줄 아는 능력'이 있음을 믿었기 때문에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글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를 발췌하고 끝내도록 하겠다.

 

 

이런 암울한 시간에도

사랑하는 벗이여, 나를 허락해 다오.

기분이 상쾌하든 우울하든

난 삶을 결코 탓하고 싶지 않았다.

 

햇빛과 악천후는 

둘 다 하늘의 얼굴.

달콤하든 씁쓸하든, 운명은

내게 훌륭한 영양이 되리니.

 

영혼은 얽혀 있는 길을 간다.

그것의 언어를 배우라!

오늘 그대에게 고통이었던 것이

내일은 축복이 되리라.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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